억울한가? 혹은, 다행인가. 어느 대답이 좋을까. 차라리 악몽이 나을지도 모르는 이 환한 꿈에 대해 해야 할 말은.
하늘은 불길한 징조 하나 없이 투명하며 잔잔하게 흘러가고, 바람은 기분 좋게 뺨을 간질이며 이 하루에는 그저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평온만이 가득함을 알린다.
가져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그 훗날의 시간은 이러한 풍경일까. 단정하지도 않고, 이상한 무늬가 박힌 셔츠를 마음대로 풀어 헤친 채 여전히 지저분하게 높이 틀어 묶은 머리를 휘날리며 제 이름을 부르고 달려가는 그 모습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게 보여서.
어쩌면, 그래, 너는 이상한 것이 보이지 않나 보지. 너희는, 무엇도 언제 서로를 빼앗길까 두려움을 숨기며 지켜보며 동시에 붙잡고 살아가야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이건 우리가 영영 몰라야만 하는 이면이다. 상상에 잔존하는 것들이 아닌 실존하는 것.
또 다른 내가,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가서 다행이다. 이런 마음이 들어야 하나, 혹은.
왜 너는, 나는, 우리는 같은 존재임에도 늘 그림자에 감겨 살아야 하나. 똑같은 영혼일 터인데, 똑같은 존재일 터인데, 왜 우리는.…. 되었다. 그래, 질리게도 얘기하는 음과 양의 조화. 그런 거겠지.
저 치들이 위에서 빛을 낸다면,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건 우리인 거겠지. 하, 꿈에서까지 이런 걸 떠올릴 줄은. 이 정도면 세뇌된 거 아니야? 아이씨...이 빌어먹을 꿈에서 그냥,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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