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이렇게 될 순간이 오고야 말았구나.
부디, 두 번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아니, 어쩌면 저 머저리가 끝까지 이곳에 남아 함께 싸우겠다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 아닌가?
어쩌면, 네가 아버지 곁을 떠난 그 순간부터, 우리가 힘을 공유한 그 순간부터...
"정신 안 차리냐? 드디어 돌아버린 거지? 너."
저 눈빛을 안다. 저 몸짓을 알고 있다.
명백히 죽은 것들의 령을 뒤집어쓴 살아있는 자의 몸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군침이 돌겠어, 살아있다 못해 젊고, 팔다리 멀쩡하게 달리고, 그리고... 저 힘을 가진 몸을 무엇이 탐내지 않겠는가.
한낱 들짐승의 혼이라도 탐을 낼 것이오, 탐욕에 찌들어 악귀가 되어버린 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
하다못해, 저 괴물들은?
생기 없는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눈앞의 존재를 향한 살육의 갈망으로 굶주린 채 집요하게, 동공의 흔들림 하나 없는 죽은 이의 시선.
기괴하게도 뻗은 팔의 목적은 단 하나.
나의 살을 뜯고 탐하는 것.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전부 먹어 치워 버리는 것.
끝없이 경고해도 집요하리만큼 떠나지 않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멍청한 자식...이거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먹어달라며 그들 앞에 드러눕는 꼴이겠지.
그래, 쌍둥이는 하나의 영혼이 반으로 갈라져 태어난 이들이라 하지. 네가 나. 나는 너.
하지만 빌어먹을 이 수호, 나는 검은 머리 파 뿌리로 늙어 뒈질 때까지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아주 조금도. 쌀 한 톨만큼도.
너도 그렇지? 썩을 놈.
자, 그래서. 이것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등골이 서늘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이다음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떨리는 숨을, 타액을 삼킨다.
그래, 까짓거. 악귀에는 악귀로 상대하자고.
바람이 일렁이며 시야를 덮은 앞머리가 살랑거린다.
똑바로 그 존재를 담아낸다.
많이도 붙었네, 징글징글하게.
"그러게, 평소에 훈련하라고 했잖냐, 도와달라 하지도 않았는데. 썩을 놈."
다시 눈 뜨면, 넌 내 손에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