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X 아서
키워드 : 시간 / 불안
너에게서 애정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무엇 하나 제대로 모르던 순간에는 그 애정의 대가도 모른 채 너를 쫓았다면, 이제는 알아.
네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죄악이다. 수 없이 나를 좀먹으며 감히, 주제넘게도, 나를 파고들어가는 불안이다.
라이언, 너는 앞으로 얼마나 이 세상을 네 눈에 담을 수 있을까?
너는 앞으로 얼마나 더 웃을 수 있을까? 아니, 네가 정말 웃고있던 날이 있을까?
네 속을 파고든다면 그 안에는 감히 닿지도 못할 용암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그대로 녹아 흘러내려 너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너의 존재를. 그런 너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네 시간을 이대로 멈출 수 있다면, 아니, 더 먼 과거로 돌릴 수 있다면, 차라리... ....
니콜라스 X 에이든
심판관님, 저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좋습니다.
저를 바라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이 제겐 영생의 순간처럼 다가왔다는 것을 알 필요는 없으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감히 당신을 신으로 바라보며 섬기는 것을 불경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그럼에도 당신이 내민 작은 손길은 제게 구원이고, 교리고, 섭리입니다.
그 손짓 하나에 죽고 기는 저의 존재를 부디, 아주 조금이라도 기억해 주시길.
당신의 종이 되어 당신이 바라는 세상을 쌓아갈 터이니.
그러니, 부디 이 어리석은 종에게 다시 한번 더 손을 내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후엔 저를 기억해 주시겠죠. 저의 존재를. 저의 죄악을.
릭 X 아이리스
키워드 : 마지막 / 여행
릭,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당신이 돌아와야 할 곳은요?
나 또한 삶을 살아가며 많이 방황했지만, 당신을 만나 자유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이 세계가 왜 아름다운지 배웠어요. 나름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배울 것들은 끝도 없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 정할까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갈 여행지를요.
함께 살아가다 어느 순간 마지막 때가 왔음을 느낀다면, 그때 갈 여행지를 정해요.
황혼 저 너머, 영원히 달도 태양도 지지 않는 곳으로. 정말 아름다울 거예요.
그래도 돌아올 거예요. 우리의 아늑한 집으로. 서로의 보금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것도 낭만적이겠어요.
어느 곳에 있다고 해도, 곁에 있는 건 릭, 당신이니까.
바스티안 X 한서
하얗고 까만 것. 정 반대지만 그만큼 완벽하게 잘 어울리잖아?
그러니까 네게 가장 완벽하게 딱 맞는 존재는 나야!
나 아니면 누가 네 진실을 알아주겠어?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다정한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나는 나를 아주 조금이라도 누구에게 줄 생각 없어. 내 전부는 네 거야.
당연하게도, 태어난 순간부터 운명처럼 여겨진 것이 당연하지 않아?
나는 너를 위해 태어나고, 너를 위해 살아가. 나의 사랑스러운 악몽.
그래, 그런 너를 위해 태어난 나를 위해 나의 마지막은 네게 녹아내려 볼까.
니콜라스 X 셀레네
그는 알고 있다.
이 푸른 나비는 자신이 돌아갈 곳으로 날아가라 속삭여도 다시 돌아올 것을.
바라던 곳으로 갈 날갯짓은커녕, 다시금 자신을 가두던 짙은 어둠으로 돌아오고 말 것을.
그 끝은 결국 스스로의 전부를 내어주며 날개를 뜯어서라도 어리석게 애원할 것을.
손안에 쥔 작은 존재를 부뜨리는 것은 쉽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주면 저항 하나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사라질 나약한 존재.
그럼에도 스스로 덫임을 알면서 걸린 이 존재를 잠시 품어볼까.
얼마나 스스로 망가질지, 망가지다 못해 이 손안에 부서져 가는 것은 어떠할지.
그러면서도 끝까지 벗어나지 못할 이 존재는 얼마나,
아름다울지.
진재유 x 은유화
선배, 기념일 같은 건 챙겨요?
바빠서 챙기지 못하나? 아니면... 역시 농구부라 인기가 많아 자연스럽게 몰랐다가도 알게 되려나?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이번 기념일은 조금 특별했으면 좋겠어요.
저번 기념일은 선배에게도 특별했고, 제게는 좀 더 특별했지만 돌아올 기념일에는 완전 특별했으면 좋겠다고요.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이, 우리 사이에 이런 거 얘기할 수도 있지 뭘!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그저, 그러니까! 화이트데이 기념일도 챙기고,
데이트, 도 하고 싶은데. 큰 거 바라는 거 아니죠? 사탕? 선배가 주는 건 박하사탕이어도 맛있는데?
사탕도 물론 중요하지만, 같이 온전히 보내는 하루를 갖고 싶은 건데. 너무해라.
선배의 등을 보는 것도 너무 좋지만, 하루 정도는 옆에서 바라보고 싶거든요.
그래, 우리 바다에 갈까요? 선배를 닮은 바다요. 왜 바다냐고요? 그냥, 볼 때마다 생각이 나던데.
저 멀리서 잔잔하게 시작되다 이내 점점 커져 모든 걸 휩쓸잖아요. 모든 걸 끌어당기고, 품고.
딱 선배 아닌가? 아, 그래서 데이트해 주는 거 맞죠? 약속했어요!
안드레아스 X 스텔라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의 가치를 모른다면 친히 그것을 빼앗아 어떠한 가치를 지녔는지 알게 해줘야지.
당연하게도 손에 있던 것이 사라지는 허무함을, 당연하게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던 것이 타인의 손에 망가지는 감정을.
아니, 우리의 어리석은 단장은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기는 하나? 가엾은 메이. 나의 누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존재를 그리워하는 것은 가엾지만, 언제까지 그딴 짓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현실을 얌전히 받아들여야지.
당신이 바라고 그리워하던 존재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허상의 존재라고.
애정을 원하는 거잖아? 사랑스러운 동생이 다정하게 메이, 라며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잖아?
가치를 모르는 이의 곁에 맴돌기만 하면 당신의 빛은 영영 꺼지고 말 거야.
그러니 내게 와, 내 손을 잡아.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은 내가 줄 수 있어.
누님, 그러니 이제 나를 봐. 사랑스러운 나의 메이.
이제 그만,
날 받아들여.
루드빅 x 테트라
그래, 인정할게.
평범하기만 하던 삶을 버리길 바라던 탓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쩌면 어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평범한 게 가장 안전하고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이 세계에선 정말 그게 축복일까?
나는 조금이라도 특별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누구 씨 덕분에 이렇게나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거든.
그런데 말이야, 의외로 나쁘지 않더라. 인생이 지루하지는 않잖아.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 다는 일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신기한 일이 더 많기도 해.
당신, 상상 능력자를 만나봤어? 생각만 하면 눈앞에 실제로 만들어 지는 것이.
어쩌면 나와 비슷한 능력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에겐 한계가 없어.
하지만 순수함이 그 아이를 더 특별하게 해. 나? 내가 순수하게 보여? 그런 이상한 말을...
당신의 능력? ...그래. 인정 해. 신기하고, 이질적이지.
보통 빛을 생각하면 따뜻하고 다정한 것을 떠올리는데, 당신은 흔적 없이 태워버리는 빛이라니.
아, 근데 우리가 언제 이런 얘기까지 나눌 정도가 됐지? 이제 슬슬 내가 익숙해졌나?
뭐? 죽고 싶냐고? 죽여야 하는 건 그쪽인데 자꾸 사라지는 게 누구더라?
뭐야, 아! 또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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