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정 -
레오노르는 승리하는 전투보단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이루어야 할 목적을 뚜렷하게 달성하기 위해 가장 앞에 서서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한 기사로 전장에 나아갈 것 같다. 승리 또한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전투가 패배함으로써 아군과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에게 올 보복, 혹은 고통이 두려워 그 생각을 가슴 깊은 곳에 묻고 나아가는 것.
하지만 늘 승리할 수도, 늘 온전한 정신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은 결국에는 인간일 뿐이라 불가능하지만 그런 그녀가 무너지지 않게 뒤에서 은근하게 일으키며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존재가 단 하나 있기에 매번 질 것 같이 아슬하던 전장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거두어 내어 모두에게 당당히 돌아올 수 있게 이끄는 존재.
레오노르의 옆자리는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큰 욕심을 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도 없기에 늘 한 발 뒤에서 바라보며 간혹 무너지거나 흔들리려 할 때 지탱할 수 있게 해주고.
가끔 인간의 머리로는 생각이 닿지 못할 일까지 스스럼없이 저지르기도 하며 지혜를 주기도 하는, 마치 신이 연약한 인간이 이대로 죽기에는 아까워 도움이 될 이를 보내주는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등 뒤를 당당히 바라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며 곁에 서게 된 이. 누구도 그의 존재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간혹 마주 보고 있노라면 느껴오는 소름 끼치는 시선과 지나칠 정도로 맑은 웃음이 이질적이면서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존재.
가끔은 아이의 모습으로 그녀의 딸을 떠올리게 하며 다시 한번 굳건하게 버틸 수 있게 만들고, 장성한 성인의 모습으로 다가서면 그 가족들을 떠올리며 흔들리던 손을 굳게 쥐어 두 발은 당당히 앞으로 나서게 하는 이.
너를 보며 다른 이를 떠올린다니, 그런 것이 밉지는 않아? 인간이라면 분명히 질투할지도 몰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오히려 그렇게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소소하면서도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기분이니까 더욱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전장 -
조금의 실수, 흔들림, 작은 것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같이 다니며 정을 쌓아왔던 이들이 순식간에 온기를 잃고 차가운 시체로 변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곳은 전장.
그런 차갑고도 어두운 공간을 익숙하게 여기며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이.
주변인의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냉혈인이라며 주변에서 손가락질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지 않고, 속으로는 누구보다 정중하게 병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죽음이 다가올 것을 각오하면서도 그녀의 곁에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본디 인간은 연약하고 쉽게 망가질 수 있는 존재라 여기었지만, 운명처럼 얽히게 된 인연에 가까이 마주 보는 그녀만은 피노의 삶에서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인연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늘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재미는커녕, 지루하다 못해 의미까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던 연약한 인간의 삶이 빛나 보이던 순간.
금방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무릎 꿇고 흐느끼는 일 없이 더욱 주먹을 꽉 쥐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흥미를 이끌며 더 곁에서 보고 싶다 고 느끼기에 충분했으니까. 전장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이, 강인한 방패,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라고. 조용히 그 이름을 잊지 않으려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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