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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작업물

[톰리들 X 베아트리체] 썰 샘플 2

by 렛쓰 2020. 7. 2.

질투 - 

 

 

그저 연인 미만 친구 이상의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도 않고 그저 말 한마디에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고 의미 없이 받아넘길 수 있는, 그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향하고 다정하게 다른 이름을 부른다고 하여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런 것이 그녀와 그의 관계를 당연하게 정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언제부터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이 아주 전부터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오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자리 잡은 깊게 자리 잡아 꿈틀거리는 그 불쾌하고도 이질적인 감각.

사람 자체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귀속될 수 없다. 사람이란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기에 그것을 온전히 꺼뜨려 살아있는 인형처럼 만들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지만 톰 리들 이라면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을 강제적으로라도 온전히 소유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인형으로 만들어 곁에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변덕일까? 감히 겁도 없이 그의 선 안으로 당당히 들어와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그 말이 그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을 다정히 부르면서도 그녀를 그렇게 놔두는 것은.

본디 빛은 거슬리는 것이고, 그 빛을 온전히 꺼뜨려 어둠 속으로 집어삼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아름다움이라 여기던 그에게 생긴 큰 이변인 것이다. 베아트리체, 그녀의 존재는.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오직 자신의 명령만 따르며 그 시선이 그에게 온전히 귀속된 채 인형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 곁에 있는 베아트리체를 상상하지만, 막상 눈앞의 그녀를 보자니 그러할 수 없는 거겠지. 순수하고도 묘한 두려움이 뒤섞여 일렁이는 짙은 에메랄드를 품은 두 눈동자. 들에 핀 야생화처럼 아름답고도 유혹적인 색으로 피를 머금은 듯한 탐스러운 붉은 머릿결. 무엇보다 그 눈에 어려있는 묘한 생기가, 그 빛을 꺼뜨리고 싶지도 않아서.


만약, 그녀에게 손을 대는 것이 꺼려진다면, 그래. 단순한 친구라는 그런 사이기에 애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의 변덕이다. 그녀가 아니라면 그녀의 주위를 치워버리면 간단했던 것을. 톰 리들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붉은 그녀의 머릿결을 한 줌 쥐어 천천히 그 위로 입술을 맞춘다. 기다려, 근사한 선물을 줄 테니.

 

 

 

데이트 -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 거리를 거닐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런 진부한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죽어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여기던 그에게도 작은 변화가 찾아온 것은, 너무나도 간절하고도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애원하며 끙끙거리는 듯 빛을 내던 그녀의 불쌍한 표정 때문일까. 짜증을 내면서도 막상 거절할 수 없었다. 휴교 날에 연습이나 공부를 더 하는 게 낫지, 이런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니... 투덜거리면서도 걸음은 꾸준하게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거리로 향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마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물건을 홍보하는 사람들과 자신들과 같다기에는 거리가 멀지만,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 혹은 친구들끼리 손을 맞잡고 거리를 거닐며 자신들이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을 즐기는 시간이 퍽 다정해 보였다.

그녀의 취지는 단순히 그도 이런 평범한 행복을 느끼면 무언가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였지만. 그녀가 간과하지 못한 사실이라면 이런 평범한 시간을 누리는 것 보다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 때문에 그가 다른 것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가 원하는 것도, 가자고 하는 곳도 없었다. 오직 그녀의 일방적인 에스코트. 먹자고 제안하는 말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를 구경하자며 들어가 신기한 눈으로 반짝반짝 빛내며 가게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베아트리체의 곁에서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면서도 하나하나 맞춰주며 구경하는 그녀를 역으로 구경하고 있기에.

가장 두려워하던 변화를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 속으로 손을 내밀고 있던 것이다. 거절할 수 없을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 없지 않은가. 이것 또한 단순한 친구라는 말러 덮어두기만 할 뿐.

그런데도 이날은 톰 리들에게 소중하고도 좋은, 그런 추억으로 남을 거라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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