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0wEZX1o6cz4
세이렌은 수명이 다를거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함. 인간의 최소 2~3배는 살지 않을까? 아이리스 딴에는 어린날의 치기로 이미 인간들과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겪고, 뱃사람 다수를 홀려 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사랑이라 착각한 감정을 품어보기도 하고 친구도 만들어 보고 했던 아이리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지루해지기만 해서, 어느날은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지나가는 배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물론 배가 아이리스를 보지 못할 거리에서.)
자주 그러고 있다, 하루는 예전에 친구로 지내던 인간이 준 과일 같은 음식이 먹고싶어서 가끔 다 익은 과일이 바다로 떨어지는 절벽 끝에 나있는 사과나무가 있는 절벽으로 향하는 아이리스...
그 근방에는 이미 세이렌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할 것 같다. 아이리스가 자주 나오기도 하고, 소문이 나서 자기를 잡으러 온다 해도 노래로 홀려버리면 그만이니까.
간만에 하늘의 달과 바람을, 별을 보고 싶기도 해서 늦은 새벽에 나와 바다에 떨어져 둥둥 떠있는 사과를 집고 있는데, 위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쳐다보니 거기에는 한 청년이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고, 자신을 보고 지루하기만 한 사랑을 내뱉는 것도, 그렇다고 두려워 하는 것도 아닌 정말 고요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시선이 느껴져서 피하지 않고 마주보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지 않을까...
사실 그 절벽에서 아이리스 에게 가까워지는 방법은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절벽에 매달리는 방법 뿐인데, 왜인지 저 사람은 뛰어내릴 것 같다 싶어 내가 널 다시 돌려보낼테니 내려와. 하고 말하면 잠시 가만히 있다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바다에 뛰어드는 남자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는 아이리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왔는데, 이렇게까지 무모하고 동요도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이라서. 제게 첫눈에 반했다느니 하는 인간들 조차 이러지 않았는데. 저 남자는 대체 뭘 바라고 뛰어든걸까 싶어서 가라앉기 전에 물 위로 끌어올려 힘들게 헤엄치고 있을 필요도 없이 끌어안아 잡아주는 아이리스.
인간의 체온은 자신에게 조금 뜨겁기도 해 달가운 편은 아니지만, 신기하게 그 남자의 체온은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도 않아 안고만 있는데 남자도 거기에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도 않는 것 처럼 마주보기만 하다가 먼저 입을 열 것 같다.
네가 세이렌인가? 하고. 그런 황당한 질문은 처음이네... 하면서 멀뚱히 쳐다보다 보면 몰라? 하고 웃어보이지만 정말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반응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남자. 보통은 웃어주면 심장을 빼앗긴 것 처럼 반응하길래 이 남자도 그럴까 싶었지만 고요하기만 한 반응.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이 더 달가운 쪽은 아이리스가 아닐까.. 대화를 해보고 싶어도 제게 사랑고백만 하거나, 두려워 하며 저주를 퍼붓기만 하던 말이었으니까.
너는 내가 두렵지 않아? 내가 노래를 불러 널 홀려 바다로 쳐박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에 오히려 바라던 바야, 라는 의미모를 말에 의아하다는 얼굴로 쳐다보지만... 그런 말을 하니까 오히려 더 그러기도 싫고, 이런 반응을 내보인 사람은 처음이라 놓아주기도 싫고.... 처음으로 '소유욕' 이라는 감정을 조금 품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것은 다 이루고 가질 수 있었지만 무엇도 차는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이 남자라면 그런 것을 조금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인간의 사정따위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생각했는데.. 이 남자의 사정은 너무 궁금하여 혹시라도 이 남자가 도망이라도 칠까 싶어 뭍에서 조금 떨어진 채 끌어안고 말을 이어나가는 둘. 남자의 이름은 잭, 이곳에 온 이유는 세이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릴 때 한 번 세이렌을 본 적 있는데, 그 모습이 여전히 아른거려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찾아온거라 말을 한 것이면 좋겠다.
그리고 어릴 때 본 세이렌은 아이리스 가 아닐까... 색이 다른 두 눈이, 분홍빛의 실크 같은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떠올라서 잊지 못했다고. 마지막으로 남은 미련이 그거 하나라 떨치려고 왔으니 이제 잡아먹든, 그대로 바다로 끌고가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잭.
하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쉽게 놓아줄 아이리스가 아니지. 역으로 자신의 지느러미로 잭의 몸을 휘감으며 나를 잊지 못했어? 너도 내게 진부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려고 했을까? 그런데 너라면 그런 말을 들어도 조금은 다를 것 같아. 옅게 웃으며 잭의 하얀 머리카락을, 어디에서 생겼을 지 모르는 흉터를 조심히 어루만지다 말하겠지.
어떡하지, 너를 바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보내기 싫어졌어. 그러다 네가 영영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이런 말 하면서 잭을 한참 안고 있고...
그리고 원래는 없을 설정일 것 같지만... 각인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생에 단 한 번 숨을 나눌 수 있는 각인. 그 각인을 한다면 바다에서도, 물 안에서도, 뭍에서도 죽지 않고 숨을 쉬며 세이렌의 숨이 끝나는 날 까지 살아가는.
네게는 미안하지만, 네가 먼저 나를 찾았고, 나는 네 마지막 미련을 이루었으니 너도 나의 마지막 미련이 되어줄래? 이러고 잭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각인해버리며 손을 붙잡고 나와 함께 있어, 잭.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바닷속으로 잭을 끌어당기며 품에 끌어안고, 그 가라앉는 바닷속에서의 모습을 보며 눈을 감는 잭.....
그 이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세이렌에게 또 사람이 홀려서 사라졌다고 해.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원혼일까? 이런 소문이 돌아 그 주변엔 누구도 가지 않게 되고, 아이리스가 바라던 대로 둘만이 있는 넓은 바다에서 절대 놓아줄 수 없는 손을 붙잡고 끝없이 깊은 심해로 가라앉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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