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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작업물

[사이퍼즈] 밤하늘

by 렛쓰 2020. 7. 23.

To. 마루 님 (연성교환)

 

 

릭 톰슨 X 시바 포

 

 

 


자연의 소음이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이고, 뺨을 스치는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꿈을 꿔볼 만한 그림 같은 하늘에 수없이 수 놓인 유성우와 빼곡히 빛나는 별들.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저 별이 있는 곳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이렇게 별을 본적이 얼마 만이던가. 분명 한 번쯤 피곤해진다면 보러 와야겠다 생각은 했었지만, 그 다짐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강제로 오게 될 줄은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일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혹은 혼자 와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탁월할 장소이겠지만, 그의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로 그저 눈만 깜빡이며 다리를 꼰 채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별들을 같이 바라보고 있는 여인.


그는 생각했다. 그녀를 찾게 된다면 당장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리고 액자의 행방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쳐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계획이 틀어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사람이겠지. 더군다나 목에 날을 들이밀고 협박까지 한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던가.

다른 공간으로 도망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언제 그녀가 그림자에 녹아들어 자신을 점점 조여오고 있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미 며칠 동안 붙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자니 소름이 돋으며 괜히 몸을 움찔거리지만, 안심하라는 말이랍시고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라는 황당한 말을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드는 절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묘한 확신이 그를 그녀가 바라는 곳으로 인도할 수 있게 한 것이겠지.
그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두 눈을 마주한 채 고혹적인 입술로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를 거부할 이는 감히 없다는 것을.

왜 이곳으로 온 것이오? 라거나, 언제쯤 돌아갈 건지, 이대로 자신을 헤칠 건지 같은 그 어떠한 물음이나 간단한 안부 인사조차 없이 두 남녀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생각보다 불편하지도, 답답하지도, 두렵지도, 흥분하지도 않은 차분한 감정.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 아마 그 편안함은 마치 그 공간에 홀로 있는 것처럼 옅은 그녀의 존재감 덕분에. 그 덕분에 수시로 옆에 있는 것이 맞나 싶어 고개를 여러 번 돌려 확인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그저 하늘을 바라만 보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다.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로군. 중얼거리며 상체를 뒤로 젖혀 누워 깍지를 껴 머리 뒤로 팔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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