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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작업물

[사이퍼즈] 제이 헤이스팅스 X 클리브 스테플

by 렛쓰 2020. 7. 22.

To. 마루 ( @IM_IN_LUV_AGAIN ) 님 / 연성교환

 

 

 

제이 헤이스팅스 X 클리브 스테플

 

 

 


신원을 밝히지 않은 자에게서 온, 그것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한 제보였다. 최근 정부와 왕실을 위주로 일어나고 있는 비리와 가까운 사람, 그들의 충실한 개 한 마리가 있고, 그를 통한다면 많은 정보와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 것.
더욱 진실로 깊게 파고들기 위해 펜을 들어 기자의 길을 선택한 클리브 스테플 이었기에, 이러한 제보는 그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못해 묘한 사명감까지 생기게 했으니까.
그 제보자가 말한 왕실과 정부의 충실한 개, 그자가 자주 다닌다는 장소를 여러 곳 제보를 받아 찾아가는 것까지는 쉬운 일 있었다.

 


그 주변에서 기다리며 서성이기도 하고,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잃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조금이라도 단서가 잡혔다 싶을 때는 직접 그 가게 내부로 들어가 모든 구석구석의 기억을 잃는 것까지도.
하지만 정부의 개가 그리 쉽게 흔적을 남기고 다니겠는가. 그거야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어쩐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자신이 허탕 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순간 짜증이 일었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지 않은가. 무엇이든 질릴 정도로 기다리고 물어 뜯어봐야 그 실체가 보이는 법이니까.

그런 다짐을 하며 정말, 그가 자주 다닌다던 가게들과 주변 길목의 단골이 된 사람이 그가 아니라 자신으로 바뀔 정도로 (하루는 그가 자주 접선을 하는 것 같다던 골목에 있던 물건 하나하나씩 건드려 보고 다녔기에 시간이 없어 그 술집에 가질 못했더니 왜 오질 않았냐고 주인이 섭섭해하더라. 예상 한 일이었지만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고.) 매일매일을 그렇게 허비하며 보냈지만, 간혹 소설을 보다 보면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황당한 오해를 사 어떠한 사람과 엮이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는 웃기지도 않은 삼류 소설 이야기.
평소에 로맨스 소설은커녕, 조금이라도 사랑이 얽힌다 싶은 이야기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던 자신이기에 그러한 내용이 있고,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싶은 법칙은 완전히 무시한 채 살았으니까.


물론 가끔 인터뷰하다 보면 서로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그대로 결혼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던 부유한 귀족의 이야기, 혹은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어렵사리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모른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어떠한 진실된 감정을 담고 있는지. 서로가 없을 때 웃으며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어느 누구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얘기들은 전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그것이 굳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결코 그럴 일은 없다고. 분명 그렇게 믿고 살았는데 말이지.



딱 하나, 자신이 그의 뒤꽁무니만 쫓아서 알게 된, 혹은 예측하게 된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가 상당히 거친 성격의 소유자 라거나, 거칠고 위험한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거짓말처럼, 혹은 익명의 제보자가 제보한 사람이 사실은 이 여자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이렇게- 이틀에 한 번꼴로 마주칠 리 없었으니까.

 


"오늘도 스토킹하러 왔나? 기자 양반."


분명 아까 맥주를 여러 잔 비우는 것을 봤는데도 발음 하나 꼬이지 않고 나는 당장이라도 조금의 오차 없이 네놈의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다는 의사가 완벽하게 내비치는 어조로 제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소름 끼치는 웃음을 흘리고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허탕 치는 거 아닌가 싶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기대를 품고 슬그머니 펍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그, 그래.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도 없는 황야에서 거짓말처럼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굶주린 짐승이 눈을 빛내며 먹잇감을 훑어보던 눈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도 애써 그 눈을 피해 한번 펍 안을 훑어보다, 그대로 걸리지 않으려 조용히 빠져나왔건만.


"그, 이 총구는 치우고 얘기하시는 게 어떠신지?"


사람 좋은 웃음 (물론 타칭 재수 없고 때려주고 싶은 웃음이라고 하더라.) 을 지어내며 어색하게 자신은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듯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아무런 의도가 없음을 증명해보려 열심히 혀를 굴리지만, 그런 자신을 마치 연약한 사냥감이 도망치려 소용이 없음에도 애써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가소롭게 쳐다보는 시선과도 같아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이 여자는 듣지도, 믿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꾹 다문다. 왜 하필 가는 곳마다 이 여자가 있는 건지, 자신도 답답해 미칠 지경인데.

 


"확실하게 말하지만요, 저는 그쪽 캐러 온 거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고요. "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네가 날마다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탓에 내 기분이 더러운 걸 보상은 해야 하지 않겠어? 스토커. "

"그건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스토커는 아니라니까요! "



아무리 억울함을 표해도 머리에 닿은 총구의 감속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만 할 뿐, 거두어진다는 서로에게 좋을 (아마도.)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진짜 여기서 죽는 거 아니겠지? 그것보다 그녀를 마주하고, 제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진 순간부터 묘하게 어지러운 시야와 아파져 오는 머리 때문에 집중도 안 돼서 죽을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옳구나 하고 자신을 발로 걷어찰 것만 같았기에 최대한 이성을 붙잡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애써 머리를 굴린다. 이미 뒤를 캐기 위해 성실히 그녀를 쫓아다니는 스토커쯤으로 낙인됐을 텐데 그 누명을 벗기에는 어떤 회유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차라리....


"...얌전히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나중에 한번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가 뭘 믿고?"

"그, 당신이 찾는 것이 있지 않겠어요? 제 능력! 물건이나 사물에 손이 닿으면, 그 기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야, 이거 아주 유용한 능력이죠? 그러니까 힘들게 증거를 쫓지 않고도, 그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하하...어떠십니까?"

"...내가 스토커의 뭐를 믿고?"

"맹세하는데, 저는 헤이스팅스 씨의 그 어떤 기억도 읽지 않았습니다요. 제 이름도 스토커가 아니고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손가락이 탄창 부분을 툭툭 건드리는 소리가 나다, 그제야 겨우 거두어지는 총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총으로 쏴버리는 대신 주먹으로 지기라도 하려는지 멱살을 잡고 끌어올리자 자신의 체구가 무색하게 그대로 끌려가듯 하며 왜인지 곧장 입술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어정쩡 한 자세로 (사실 다리가 저리다. 무릎을 꿇은 것도, 그렇다고 서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로 몸의 무게를 버티기에는 무리였지 않을까?) 마주하게 된 채 피하려 애쓰기만 하던 그 눈을 똑바로 마주한 상태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써 멈춘 듯 멍한 머리를 굴리며 헤이스팅스 씨? 라 중얼거리자 자신이 예상했던 대답 대신, 아니.. 차라리 대답이 훨씬 더 나을지도.


이름을 불렀으면 대답을 하던지, 고갯짓으로 답을 대신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던가? 철천지원수 사이도 아닌데.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이, ...조금 벙 찐 상태로 무방비하게 벌려있던 입술 틈으로 파고든 분명한 혀의 감각, 그리고 말캉한 입술 같은 것이 그대로 제 입에 닿아 굳이 표현하자면 애정이 완벽하게 빠진, 정말 키스가 무슨 느낌인지 궁금해서. 라는 대사가 딱 어울릴 정도로 조금의 흥분감도 감정도 없이 벙쪄 굳은 혀를 몇 번 얽다 그대로 입 안에 고인 침을 퉤, 하고 옆에 뱉어버리곤 황당함에 여전히 입은 벌려진 채로 눈만 깜빡이는 제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속삭이곤, 멱살 쥔 손을 떼자 그대로 툭 무릎 꿇은 채 모든 기능을 상실한 듯 멈춰있는 제게 등을 보이며 여유롭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다 얼굴에 열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에 스스로 입을 틀어막고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어낸다.



'다음에, 몸으로 갚아라?'

 


...미쳤지, 제대로 미친 여자다. 정말로, 정신이 나간 여자라고!


차마 소리치지는 못해 답답함에 속에서는 옹 기능이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지만, 그런데도 한가지 확신하는 것은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본 목적. 그 사람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그만두지 않을 것 같다고. 그녀를 또 마주할 것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결코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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