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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by 렛쓰 2024. 3. 13.

단순히 입을 맞추는 행위는 연인 사이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의미를 담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아는 사실인 적어도 서로 어느 정도 감정이 있는 자들에게 해당이 된다는 것.


감정이 없다면, 혹은 헷갈린다면 입을 맞춤으로써 알아차리는 것 또한 방법이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이 거슬려 하는 존재라면? 꼭,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망치고 싶어 하는 존재라면 어떠한가?
그런 자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미쳤냐며 치를 떨겠지만 케인에게는 달랐다.


왜, 좋잖아. 오히려 더 기분을 망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치 않는, 그것도 끔찍이 여기는 상대와 입을 맞추다니.
가장 쉽고 빠르게 그 사람의 하루를 완벽하게 망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렇기에 그 행동을 실행하기에는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다. 실제로도 쉬었고.

클로테, 그자와 정보를 주고받은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단순히 거래 관계라고 하기에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 이외의 누구와 또 거래를 하는지, 뒤에서 어떤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다. 애초에 내가 누군가에게 신경이나 쓸 겨를이 있는가? 하나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어도 골치 아픈데, 굳이 다른 것까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왜? 무슨 감정으로? 아, 혹시 내가 그자를 거슬려 하는 건가? 그래서 그런 거구나, 역시.

안타리우스에 방해가 되는 것은 관계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자체가 아닌 하나의 존재이니. 그것만 건들지 않는다면 모든 계획이 틀어져도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지? 그럼에도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는 곳이라 역시, 역시 스스로 이곳을 망칠 수 있는 정보를 내어주면서도 막상 그 상대가 이곳을 망치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그것도 아니면, 그 거만한 성격이? 눈빛이?

그런 생각을 좀처럼 떨치지 못할 때 문득 들어온 것은 무언가를 말하고 이는 메마른 입술이었다. 아주 조금만 내 독을 머금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늘 변함 없이 거만한 저 얼굴이 조금이라도 일그러질까? 아주 조금, 소량이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독을 품은 채 손을 뻗어 강제로 끌어당겨 입을 맞춰 독을 품은 숨을 넘기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좀 더, 좀 더 보고 싶은데. 어디까지 일그러지며 불쾌해할지.

입을 맞추는 자신의 기분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역으로 의외인 점이 있다면 오히려 기분이, ...조금 괜찮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에게는 아닌 게 분명했다. 난데없이 사내와 입을 맞추고 거기에 독까지 넘어갔으니.


고통에 기침하며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을 열감을 띈 눈으로 바라보며 웃지만, 무언가 이상한 것은 분명했다.
이상하네, 보통 이 정도면 정신이라도 잃어야 하는데. 그저 고통에 기침만 할 뿐이라니.

치유력이 있는 건가? 혹은, 다른 능력? 무엇이든 관계없지. 알아낼 시간은 있으니까.
어차피 내가 아니라면 누구에게서 이런 정보를 얻겠어. 당신은 내가 필요하잖아. 어떤 의미로든.

손을 뒤로 뻗어 늘 들고 다니는 해독제를 그의 손에 소중하게도 쥐여준다.

마셔요, 꼭 필요할 테니까. 대가로 주는 겁니다. 아, 만들지는 못할 거예요. 내 피가 필요하거든.
자주 봐요, 당신이 필요한 정보는 나만이 줄 수 있으니까.

지금처럼 입이라도 맞춰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