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공지

글 커미션 일반 샘플

렛쓰 2020. 4. 27. 16:51

2D / HL / 사이퍼즈 헨리 맥고윈 드림

 

 

그럼에도 너는 그곳에 있다. 눈을 깜빡이며 수 없이 바뀌는 풍경에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너. 나의 영원할 불멸. 나의 영원할 운명, 전부. 나의, 지독한

 

사랑.

 

너는 여전히 나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나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구나.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주저앉을지라도 그곳에서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너는 여전히 나아간다. 나의 미련하게도 남은 하나의 흔적을 쥔 채로, 너는 여전히 살아간다. 눈부시게도. 아름답게도. 

 

 

만약, 만약 내가 네게 사랑을 고했더라면, 겁쟁이처럼 숨기만 하던 이 마음을 기어코 네게 토했다면, 너는 무너졌을까? 혹은 그럼에도 내 사랑을 알았으니 후회는 없다며 더 강하게도 나아갔을까? 

 

나는 이제야 조금 후회해. 하지만 내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껴져. 그러면 나는, 정말 너를 무너뜨렸을지도 모르잖아... 후회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내가 네게 그렇게 커다랗고 중요한 존재로 자리하지 않았음에 조금이라도 감사하다고. 

 

알아, 아실리. 너는 이대로 멈춰서 그 자리에 머물러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는 생각보다 강하고, 아름다우며 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알아. 물론 네가 다시 피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나의 존재가, 미련함이 너를 너무나도 오랫동안 좀먹어가며 무너트리려고 하겠지. 그럼에도 너는 멈추지 않을 걸 안다. 너만은 사라지고 변해버리지 않을 것을 안다. 너만은, 나의 우연만은. 아실리, 너는. 

 

 

멈추지 마, 가끔 돌아봐도 괜찮아. 하지만 그대로 뒤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돼. 너는 앞을 보고 나아가야지. 나의 온전한 우주로 존재하는 너이니, 너는 그대로 계속 흘러가야지. 나는 네 삶 찰나에 머물러 살아가겠지만 멀어지는 너를 바라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그러니 살아가, 그러니 멈추지 마. 그러니 무너지지 마. 넘어지더라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서. 너무 두렵다면 잠시 주저앉아서 마음을 가다듬어. 꿈을 꿔도 괜찮아. 억지로 행복한 기억으로 덮으려고 하여도 괜찮아. 그것이 너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하지만 너무 빠지면 안 돼. 너는 꿈에서 눈을 떴으니 나를 만날 수 있던 거야. 비록 꿈결처럼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라도 괜찮아. 

 

살아가줘, 아실리. 어떻게든 살아가줘. 나를 잊어도 돼.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니까. 그대로 나를 돌아보지 않아도 돼.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볼 거니까. 

 

그러니까, 살아가주면 좋겠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이번에 처음 어긴 거니까 봐주지 않을까? 너는 착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넘어가주겠지. 아, 그래도 좋다. 마지막으로 네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안녕, 아실리. 이제야 네게 인사를 건네는구나.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야, 아실리. 

안녕.

 

 

 

 

 


자컾 / BL / 사이퍼즈 기반 자컾

 

 

 

클로테, 그자와 정보를 주고받은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단순히 거래 관계라고 하기에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 이외의 누구와 또 거래를 하는지, 뒤에서 어떤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다. 애초에 내가 누군가에게 신경이나 쓸 겨를이 있는가? 하나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어도 골치 아픈데, 굳이 다른 것까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왜? 무슨 감정으로? 아, 혹시 내가 그자를 거슬려 하는 건가? 그래서 그런 거구나, 역시.

안타리우스에 방해가 되는 것은 관계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자체가 아닌 하나의 존재이니. 그것만 건들지 않는다면 모든 계획이 틀어져도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지? 그럼에도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는 곳이라 역시, 역시 스스로 이곳을 망칠 수 있는 정보를 내어주면서도 막상 그 상대가 이곳을 망치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그것도 아니면, 그 거만한 성격이? 눈빛이?

그런 생각을 좀처럼 떨치지 못할 때 문득 들어온 것은 무언가를 말하고 이는 메마른 입술이었다. 아주 조금만 내 독을 머금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늘 변함 없이 거만한 저 얼굴이 조금이라도 일그러질까? 아주 조금, 소량이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독을 품은 채 손을 뻗어 강제로 끌어당겨 입을 맞춰 독을 품은 숨을 넘기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좀 더, 좀 더 보고 싶은데. 어디까지 일그러지며 불쾌해할지.

입을 맞추는 자신의 기분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역으로 의외인 점이 있다면 오히려 기분이, ...조금 괜찮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에게는 아닌 게 분명했다. 난데없이 사내와 입을 맞추고 거기에 독까지 넘어갔으니.


고통에 기침하며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을 열감을 띈 눈으로 바라보며 웃지만, 무언가 이상한 것은 분명했다.
이상하네, 보통 이 정도면 정신이라도 잃어야 하는데. 그저 고통에 기침만 할 뿐이라니.

치유력이 있는 건가? 혹은, 다른 능력? 무엇이든 관계없지. 알아낼 시간은 있으니까.
어차피 내가 아니라면 누구에게서 이런 정보를 얻겠어. 당신은 내가 필요하잖아. 어떤 의미로든.

손을 뒤로 뻗어 늘 들고 다니는 해독제를 그의 손에 소중하게도 쥐여준다.

마셔요, 꼭 필요할 테니까. 대가로 주는 겁니다. 아, 만들지는 못할 거예요. 내 피가 필요하거든.
자주 봐요, 당신이 필요한 정보는 나만이 줄 수 있으니까.

지금처럼 입이라도 맞춰주면 더 좋고.

 


2D / HL / 사이퍼즈 바스티안 슐츠 드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사람에겐 영원히 잊히지 않을 하나의 기억이 있다. 다시금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곱씹게 되는 순간이.
매번 그럴 때마다 시작을 알리듯 허공에 울려 퍼지는 절규가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그 순간을 생경하게도 떠오르게 한다.

절망에 가득 차올라 두려움, 원망, 배신감에 떠는 눈동자, 그칠 줄 모르고 흐르는 가냘프던 그 눈물. 아름답게도 망가져 금이 가기 시작하던 그 표정까지. 아아, 그래. 나는 네 그런 얼굴이 보고 싶었어. 고결하고 깨끗한, 절망이라고는 하나 모르는 네가 망가지는 모습을 원했던 거야!
더 부서지고 망가져 버려, 흔적도 없이 녹아 썩어 문드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는 희망이란 것을 눈에 품지 못하도록. 그렇게 망가져 버려, 사랑스러운 나의.

하지만 유독 그 순간이 이토록 선명한 이유는 단순히 기억뿐 아니라 '흔적'으로도 남았기 때문이리라.


뭐든, 눈에 보이는 게 더 오래 가는 법이지. 그렇기에 차츰 희미해질지도 모르던 그 순간의 표정이 이토록 선명한 걸지도 몰라. 모두 네 덕분이야.

손을 올려 제 눈가를 가로지르는, 짙게도 남은 흉터를 매만진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스스로 그어놓고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두려움에 휩싸이던 그 얼굴이란. 그렇게까지 나를 믿었어? 그렇게까지 내가 소중했어?


고통보다 더 큰 희열이 차올랐지만 괴로움을 호소하면 또 멍청하게 속아 내게 닿지 못하던 그 모습이란.

이렇게 매번 떠올리며 곱씹을 때마다 즐거운 기억이 있을까.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가지만, 그보다 이르게 느껴진 눈가에 닿은 감각에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떠올리며 방금까지 그리던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지닌 이를 바라본다.
함부로 만져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럼에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마침 자신의 기분이 좋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해 그 행동을 가만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뭐 하냐?"
"이거, 흉터요. 아프지 않으셨어요? 좀 궁금했어서..."

"이거?"

눈가에 난 흉터뿐 아니라, 온몸이 지겹게도 난 흉터들을 말하는 거겠지. 이걸 또 물어본 사람이 있었는데. 그땐 무어라 대답했더라. 생각보다 타인의 동정심을 사기에 좋은 장치였기에 깊이 생각한 적 없지만, 아프냐고 물어본 것은 또 처음이라. 허, 하는 소리를 내며 제 한 팔을 들어 보인다.

"알려줘? 아니면, 너도 남기고 싶어?"
"제,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그냥, 신경 쓰여서..."


물론 진실을 말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참에 놀리기나 해볼까 싶어 씨익 웃곤 팔을 겹겹이 두르고 있는 흉터들을 다른 손으로 매만지며 스테이플러 부분을 툭툭 두드린다.

"이거, 떼어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조각나."

"...네?"
"조각난다니까?"

물론, 그럴 일도 없고 그럴 리도 없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여도 진심으로 믿고 경악하는 저 얼굴을 보자니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초에 봉합을 풀자마자 조각나버릴 신체라면 멀쩡히 움직이지도 못한다. 흉터야 이미 굳어진 지 오래라 어떠한 거슬림도 통증이 없음에도 봉합한 이유는 무엇인가.

굳이, 굳이 답을 내놓으라면 어떠한 강박 때문일지도 모르지. 능력을 갖게 된 순간, 그리고 처음 상처를 입어 그 사이에서 피와같이 끈적한 검은 것이 흘러나오던 것을 보았던 때를. 지금은 완벽하게 능력을 다루면서도 그때의 공포감이 깊게도 박혀있기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한심하긴. ...아니지, 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지금 이렇게, 매만지는 손길도 나쁘지 않고.

 

 


 

 

2D / NCP / 사이퍼즈 이하랑 드림

 

 

 

기어이 이렇게 될 순간이 오고야 말았구나.
부디, 두 번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아니, 어쩌면 저 머저리가 끝까지 이곳에 남아 함께 싸우겠다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 아닌가?
어쩌면, 네가 아버지 곁을 떠난 그 순간부터, 우리가 힘을 공유한 그 순간부터...

 

"정신 안 차리냐? 드디어 돌아버린 거지? 너."

저 눈빛을 안다. 저 몸짓을 알고 있다.
명백히 죽은 것들의 령을 뒤집어쓴 살아있는 자의 몸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군침이 돌겠어, 살아있다 못해 젊고, 팔다리 멀쩡하게 달리고, 그리고... 저 힘을 가진 몸을 무엇이 탐내지 않겠는가.
한낱 들짐승의 혼이라도 탐을 낼 것이오, 탐욕에 찌들어 악귀가 되어버린 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
하다못해, 저 괴물들은?

생기 없는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눈앞의 존재를 향한 살육의 갈망으로 굶주린 채 집요하게, 동공의 흔들림 하나 없는 죽은 이의 시선.
기괴하게도 뻗은 팔의 목적은 단 하나.
나의 살을 뜯고 탐하는 것.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전부 먹어 치워 버리는 것.

끝없이 경고해도 집요하리만큼 떠나지 않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멍청한 자식...이거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먹어달라며 그들 앞에 드러눕는 꼴이겠지.

그래, 쌍둥이는 하나의 영혼이 반으로 갈라져 태어난 이들이라 하지. 네가 나. 나는 너.
하지만 빌어먹을 이 수호, 나는 검은 머리 파 뿌리로 늙어 뒈질 때까지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아주 조금도. 쌀 한 톨만큼도.
너도 그렇지? 썩을 놈.

자, 그래서. 이것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등골이 서늘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이다음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떨리는 숨을, 타액을 삼킨다.
그래, 까짓거. 악귀에는 악귀로 상대하자고.

바람이 일렁이며 시야를 덮은 앞머리가 살랑거린다.
똑바로 그 존재를 담아낸다.
많이도 붙었네, 징글징글하게.

"그러게, 평소에 훈련하라고 했잖냐, 도와달라 하지도 않았는데. 썩을 놈."

다시 눈 뜨면, 넌 내 손에 죽었어.